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

1929년은 일제강점기 항일 투쟁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해였습니다. 이 해 11월, 광주에서 시작된 광주학생항일운동은 3·1운동 이후 최대 규모의 민족운동으로 기록되며, 학생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당시 학생들은 단순한 학내 분규를 넘어, 민족 차별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저항을 전국적인 항일 시위로 확산시켰습니다.

시대적 배경

1920년대 후반, 조선은 일제의 식민 지배가 한층 공고해진 상태였습니다. 1926년 6·10 만세운동 이후 일제는 경찰력과 헌병대를 동원하여 항일운동을 강력히 탄압했고, 민족 지도자들은 감시와 체포를 반복적으로 당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일본 본토와의 불평등한 구조가 심화되면서 조선인과 일본인 간의 생활 수준 격차가 커졌습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의 민족 차별은 심각했습니다. 같은 학교를 다니더라도 일본인 학생들은 더 나은 시설과 기회를 누렸고, 조선인 학생들은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습니다. 교과서에서는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하고,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폄하하는 내용이 가득했습니다.

사건의 발단

1929년 10월 30일, 광주역에서 일본인 남학생들이 조선인 여학생을 희롱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목격한 조선인 남학생들이 항의하자, 일본 경찰은 가해자인 일본인 학생이 아니라 조선인 학생들을 연행하고 폭행했습니다. 이 사건은 학생들 사이에서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학교와 지역 사회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광주학생항일운동의 불씨는 한 번 붙자 순식간에 전국으로 번져갔다.”

운동의 전개

11월 3일, 광주에서는 학생들이 명치절 행사에 참가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시위에 나섰습니다. 시위대는 시내 곳곳을 행진하며 ‘조선인에 대한 차별 철폐’, ‘조선어 교육 보장’, ‘일본 제국주의 타도’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일제 경찰은 곤봉과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했지만, 이미 불씨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붙었습니다.

목포, 나주, 전주, 서울 등지에서 연대 시위가 이어졌고, 1930년 초까지 전국적으로 300여 개 학교에서 약 5만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습니다. 일제는 주동 학생들을 퇴학·정학시키고 체포했지만, 이는 오히려 더 많은 학생과 청년들이 항일운동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요구와 의미

학생들이 내세운 요구는 단순한 학교 문제를 넘어, 민족적 자존과 독립을 향한 의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장했습니다.

• 일본인과 조선인 학생 간 차별 철폐
• 조선어 과목의 부활과 확대
• 일본 제국주의 식민 통치 중단
• 민족 교육의 보장

이는 학생들이 단순한 피해자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능동적으로 시대의 부당함에 맞섰음을 보여줍니다.

“광주학생항일운동은 식민지 조선 청년 세대의 각성과 연대를 상징했다.”

일제의 탄압과 이후의 흐름

일제는 이 운동을 ‘불온 사상 확산’으로 규정하고 가혹한 탄압을 가했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구금과 고문을 당했고, 일부는 일본으로 유학 중 강제 귀국 조치를 받았습니다. 학교 내 독서회와 자치회 활동은 모두 금지되었고, 민족주의 성향의 교사들도 해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항일 의지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운동에 참여했던 많은 학생들은 이후 만주와 중국 본토로 건너가 무장 독립군에 합류하거나, 해방 이후 민주화운동의 주역으로 성장했습니다.

사회·문화적 파급 효과

광주학생항일운동은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해외 독립운동 단체들은 성명을 발표하며 학생들의 용기와 연대를 지지했고, 중국과 일본 내 조선인 유학생들도 동맹 휴교와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는 일제의 식민 통치에 맞서는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이 운동은 해방 이후 한국 학생운동의 전통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사적 자산이 되었습니다. 1960년 4·19 혁명,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등에서도 당시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정신이 계승되었다고 평가됩니다.

역사적 의의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속에서 학생과 청년들이 주도한 항일 투쟁의 상징입니다. 그 규모와 확산 속도, 그리고 전국적인 연대는 3·1운동 이후 침체기에 빠졌던 국내 민족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1929년 전후 주요 사건 연표

연도	사건
1926년	6·10 만세운동 발생
1929년 10월 30일	광주역 일본인 학생의 조선인 여학생 희롱 사건
1929년 11월 3일	광주학생항일운동 발발, 전국 확산 시작
1930년 초	전국 300여 개 학교, 약 5만 명 학생 참여
1931년	만주사변 발발, 일제의 대륙 침략 본격화